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뼈 빠지게 일해서 번 돈’ 과거에는 이러한 표현이 심심치 않게 사용될 만큼 우리나라의 근로 환경은 열악했다.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 또는 수당을 많이 받기 위해 또는 높은 사람들의 눈에 들어 빠르게 승진하기 위해 반 강제이면서도 반 자발적으로 많은 근로자들은 ‘피 땀 눈물’ 흘려가며 근로해야 했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워라벨’ ‘퇴근 후 여가’ 등이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삶의 질을 좇아 적당히 하자는 주의가 퍼지기 시작했고, 회사를 위해 뼈를 녹이는 희생과 한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열성이 사라진지 오래다. ‘누구나 가슴에 사표 하나쯤은 있다’는 표현이 돌 듯 이직과 퇴사는 보통의 현상이 되었고, 심지어 ‘조용한 사직’ 열풍마저 불고 있다.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란 직역하면 '직장을 그만둔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을 하겠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실제 퇴사하지는 않지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려는 소극적 업무 태도를 뜻한다. 일은 딱 급여만큼만 근무시간에 하고, 나머지 시간과 에너지는 회사와 별도의 자기 삶에 투자하겠다는 것. 반대 개념으로는 개인의 생활보다 일을 중시하고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면 승진이나 더 많은 급여 등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 라이프 스타일인 '허슬 컬처(hustle culture)’가 있다. 

특히 미국에서 시작한 ‘조용한 사직’ 열풍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회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는 않겠다는 태도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공감 받고 있다. 지난 달 25일 워싱턴포스트(WP), 더힐 등에 따르면 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은 "최근 조용한 사직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며 지난달 25일 이 신조어를 틱톡에 소개했다. 

플린은 "(조용한 사직은) 주어진 일 이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만두는 것"이라며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플린의 해당 게시물은 34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이후 조용한 사직을 해시태그로 단 게시물이 여러 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미국 구인 사이트 레주메 빌더(Resume Builder)가 실시한 최신 조사에서도 역시 35∼44세 근로자의 25%는 조용한 사직자가 되겠다고 응답했다.

조용한 사직은 어쩌면 코로나19 팬데믹 끝자락에서 많은 사람들이 겪어 온 공포와 피곤, 좌절과 관련 있을 수도 있다. 사회적 단절과 갑작스런 질병과 사고로 인한 공포심에 사람들이 우선순위를 재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를 유심히 관찰해 경영 전략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조용한 사직자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환경에서 고통받는 직원일 가능성이 크다며 직원이 편안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심리적으로 안전한 직장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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