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박진아 기자 | 전국 교수들이 올 한 해 한국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라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 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과이불개가 50.9%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11일 밝혔다. 

과이불개는 논어의 '위령공편'에서 처음 등장하며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是謂過矣)'(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라고 했다. 과이불개는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도 나온다. 연산군이 소인을 쓰는 것에 대해 신료들이 반대했지만 고치지 않고 있음을 비판하는 대목이 실록에 적혀있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박현모 여주대 교수는 "잘못을 하고도 사과하지 않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정형화된 언행을 이 말이 잘 보여주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야당 탄압'이라고 말하고 도무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과이불개를 추천한 더 큰 이유는 잘못을 고친 사례가 우리 역사 속에 있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찾아보니 그런 사례가 여럿 있었다"며 특히 성군으로 불린 세종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하며 이를 고치는 장면이 많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종의 반성과 대책 때문에) 세종 재위 기간 안전사고에 의한 대규모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잘못을 고치거나 처벌받기는커녕 인정하지도 않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진노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인문대 교수는 "자성과 갱신이 현명한 사람의 길인 반면 자기 정당화로 과오를 덮으려는 것은 소인배의 길'이라고 비판했다. 과이불개에 이어서는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慾蓋彌彰)', 여러 알을 쌓아 놓은 듯 위태롭다는 '누란지위(累卵之危)' 등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밖에도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내고 순응한다는 뜻의 '문과수비(文過遂非',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되게 판단하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됐다. 

앞서 교수신문은 12명의 추천위원단이 사자성어 22개를 추천했고, 예비심사에서 5개로 추려 설문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교수들이 추천한 사자성어는 '고양이와 쥐가 한패가 됐다'라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였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