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조재휘 기자 / 디자인=이윤아Proㅣ냉장고에 있던 우유의 유통기한이 며칠 지났다면 마셔야 할지 그냥 버려야 할지 많이 고민하게 된다. 유통기한이 지나긴 했지만 사실상 먹어보면 괜찮은 경우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에 기존의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기하는 <소비기한 표기제>가 시행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며 이는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보관 조건을 준수했을 경우 식품을 먹어도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간이다. 국회가 지난 2021년 7월 기존의 식품 유통기한 표시제를 소비기한 표시제로 2023년 1월 1일부터 변경하는 내용의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유통기한은 식품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과 판매를 위한 기준이고 소비기한은 섭취를 위한 기준이다. 

따라서 대부분 식품의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길다. 통상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긴 만큼 업체는 식품 폐기량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단 기존 포장지 폐기에 따른 자원 낭비 등에 대한 우려로 내년 1년은 계도기간이 운영된다. 우유와 우유 가공품 등의 경우 위생적 관리와 품질 유지를 위한 냉장 보관기준 개선이 필요해 다른 품목보다 8년 늦은 2031년부터 소비기한을 도입하기로 했다.

많은 소비자가 유통기한을 식품의 폐기시점으로 인식하는 등 혼란이 있었다. 그리고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부분 국가 및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는 식량낭비 감소, 소비자 정보제공 등을 목적으로 소비기한 표시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국제적인 추세를 반영해 소비기한 도입 추진이 이루어졌다.

식약처는 지난 1일 23개 식품 유형 80개 품목의 소비기한 참고값을 수록한 ‘식품유형별 소비기한 설정 보고서’를 발표했다. 참고값은 식약처가 제시하는 잠정적인 소비기한으로 업체는 이 참고값보다 짧게 소비기한을 정하면 된다. 업체는 원칙적으로 소비기한을 설정할 때 자체적인 실험을 거쳐야 하지만, 참고값을 활용하면 자체 실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식약처의 식품유형별 소비기한 정보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두부의 참고값은 23일로 설정되었으며 유통기한이 17일이었던 것보다 6일이 늘었다. 과자의 소비기한 참고값은 81일로, 유통기한의 45일보다 길어졌다. 또 어묵은 29일→42일, 빵류는 20일→31일, 햄은 38일→57일까지로 각각 늘었다. 

식약처는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인 ‘품질안전한계기한’에 예상치 못한 품질 변화를 고려할 수 있도록 ‘안전계수’를 곱해 참고값을 정했다. 보고서에는 참고값 실험 결과, 안전계수 산출값과 산정방법, 소비기한 표시제도의 개요 등도 담겼다. 식약처는 이달 말까지 50개 식품유형 430개 품목에 대해 소비기한 참고값 등 실험 결과를 공개하고 이후 공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소비기한’ 제도를 도입하게 됨으로써 아직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버리게 되는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소비기한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각 제품마다 보관법이 잘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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