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조재휘 기자 / 디자인=이윤아Proㅣ병욱과 정원 부부로 지낸지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회사 특성상 야근이 잦았던 병욱은 밤늦게 귀가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정원은 전업주부이다. 이러한 생활이 지속되자 몇 년 전부터 두 사람은 관계가 소원해졌고 집에서 대화도 별로 하지 않게 되었다. 

급기야 병욱은 할 말이 있을 때 직접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메모로 남겨 정원에게 전달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정원은 ‘음식은 짜지 않게’, ‘카드 사용 금액은 줄여라’, ‘다림질 똑바로’ 등의 내용의 메모를 받고 황당하고 화가 났다. 매일 끊이지 않고 전달되는 살림에 대한 잔소리 메모에 정원은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이런 경우, 수시로 메모로 잔소리를 한 것도 이혼 사유가 될까?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민법 제840조 제3호, 제6호에서는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각 재판상 이혼사유로 정하고 있다. 메모로 남긴 잔소리가 심히 부당한 대우 또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인정될 정도에 이른다면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

본 사안에서 병욱이 자신의 매우 투철한 경제관념을 정원에게 그대로 강요하면서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수시로 메모, 문자 등으로 지적을 함으로써 정원을 늘 불안과 긴장 속에서 살게 하고, 배우자로서 존중하고 배려하기보다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면 혼인 파탄에 대한 근본적 책임이 병욱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메모로 남긴 잔소리의 정도 및 빈도가 과한 경우에는 재판상 이혼의 사유가 될 수 있다.

과거 판례에 있어서도 본 사안과 같이 메모를 통해 아내에게 수시로 잔소리를 하는 남편의 행동은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 고로 남편은 아내에게 위자료 1천5백만 원을 지급하라는 하급심 판결도 있었다. 평등하고 따뜻해야 하는 부부관계, 불안과 긴장 속에서 서로를 탓하거나 가르치려는 행동은 옳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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