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조재휘 기자 / 디자인=이윤아Proㅣ최근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으며 지난 5일까지 전국 각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최근 언론을 통해 쏟아지는 경찰의 부실 대응 정황은 시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대중들은 이들 희생자에 대해 ‘순결한 피해자’로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순결한 피해자’는 아무 잘못도 없는 억울한 희생자를 말한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그들에 대해서 너무나 불쌍하게 여기고 이러한 희생자들이나 성폭행 피해자 등을 순결한 희생자로 마음속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 희생자를 비난하는 말들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왜 그 시간에 사람 많은 곳에 갔냐’, ‘핼러윈 축제를 잘못 알고 있다’ 등 참사 이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2차 가해가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희생자를 비방하는 행위는 분명 잘못된 행동이며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 비하 글을 인터넷에 올렸던 사람들은 실형을 받은 바 있다.

이태원 참사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거리에 방치된 희생자들 모습을 흉내 내 찍은 사진,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왔다. 거리데 누워 있는 피해자의 사진과 영상과 각종 SNS 등을 통해 여과 없이 퍼져나갔다. 일부 누리꾼은 이런 사진이나 영상들을 보고 피해자들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능욕까지 했다.

현재 경찰은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온라인에서 벌어진 허위사실 유포와 악의적 비방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악의적 비방글 등 18건에 대해 경찰의 입건 전 조사(내사)와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와 별개로 252건을 삭제·차단해달라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했다.

도 넘은 2차 가해는 성폭력 관련 사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 가해자는 물론이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피해자가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돈을 위해서 신상을 공개하거나 영상을 보냈다는 것이다.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이지만 원인을 제공했기에 순결한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피해자의 행실이나 조건 만남에 응했다는 등 사건을 유발한 원인이라면서 책임을 전가하는 식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만든 미끼에 유인당한 피해자라는 것이다. 이렇게 피해자에게 문제를 계속 지적하면 피해자들은 자책을 하게 되고 사회로부터 고립하게 된다. 결국 피해의 목소리는 내지 못한 채 범죄는 서서히 묻혀버린다. 

아직 피해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피해자가 다수 존재한다. 그렇기에 관련 기관에서 상담을 통해 신고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지원들을 받을 수 있는지 정보를 피해자들에게 제공해 아픔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피해자는 피해자다워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순결한 피해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일부에게 깔려있다. 피해자의 순결성을 따지며 질문과 비판을 하기보다는 비난의 화살이 가해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두 번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 '이태원 참사'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를 통해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또 국가 트라우마센터 누리집을 통해서는 심호흡·나비 포옹법 등 안정화 기법 정보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자가진단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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