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청년 소통 프로그램 ‘살구숲 만들기 프로젝트’가 청년의 자존감 고취와 활력 제공을 위해 프로필 촬영지원 사업 ‘넌 어떻게 살구야?’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살구숲 만들기 프로젝트는 강연 및 토크콘서트 ‘살구 토크’, 1인 가구 청년 소모임 ‘살구 모임’, 집들이&소셜 다이닝 ‘잘 살구 eat니?’, 프로필사진 촬영 및 인터뷰‘넌 어떻게 살구야?’, 공연 및 네트워킹 파티 ‘살구숲파티’, 그리고 살구숲 만들기 프로젝트의 모든 콘텐츠를 한데 묶어 펴낸 본 매거진 ‘살구매거진’까지 총 6개의 프로그램으로 진행해왔다. 7개월 간 서울을 중심으로 부산, 광주, 수원, 대구, 청주 등 전국의 지역에서 모인 약 350명의 다양한 1인 가구 청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오며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금번 진행된 프로필 촬영 프로그램은 청춘의 기록과 구직활동 자료 제공에 도움을 주기 위해 총 7명의 청년을 선발해 무료로 진행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소는 어색하고 한편으로는 한껏 들뜬 이들이 털어놓는 일상과 꿈 그리고 고충에 대해 엿들을 수 있었다. 과연 홀로 살아가는 1인 가구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이현창, 권민서, 김시윤 청년)
(이현창, 권민서, 김시윤 청년)

촬영에 가장 처음 나선 이현창 청년은 “자취를 시작한 지 1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는 안암생활이라는 청년 공유주택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청년 주택의 장점은 크게 두 개에요. 먼저 공유주방을 이용 가능하다는 점이죠.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올 때면 저에게 불편스럽지 않냐는 걱정 어린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절대로 아니랍니다. 오히려 훨씬 좋아요. 혼자 살면 주방에서 오븐을 활용하거나 연기가 많이 나는 요리를 하기 어렵거든요. 또 설거지도 밀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독립된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과 유대감이 있어서 좋습니다”라며 쉴 틈 없이 장점을 늘어놓았다.

그는 “우울감을 자주 느끼지는 않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졸업과 취직 문제로 온종일 고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 간의 관계도 단절되었다지만, 취업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거든요. 모든 게 나와 멀어지고 어려워진 것 같은 생각에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공유주택에 거주하며 일어나는 소소한 소통을 즐기며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고 있어요. 특히 이번 살구숲 만들기 프로젝트는 단기간이지만 삶의 활력이 되어주었죠”라고 의견을 털어놨다. 

1인 가구를 꾸려 홀로의 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에게 우울과 부담감은 소리 없이 삶의 일부로 스며들곤 한다. 자취를 시작할 때는 기대감과 자유감에 한껏 신나는 것이 당연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홀로 감수해내야 하는 일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점점 걱정은 늘어간다. 어엿한 어른으로 변해가는 성장통의 일환이라 가벼이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개인의 고립이 깊어지며 문제는 더욱 커졌다.

자취 6년 차를 맞이했다는 권민서 청년은 “본가를 나와 살게 된 건 6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자취만 놓고 보면 채 1년도 되지 않았어요. 기숙사, 고시원, 셰어하우스 등 다양한 주거 공간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마냥 두렵지만은 않았답니다. 오히려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생각에 편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그게 마냥 좋은 것은 아니더라고요”라며 “장점이자 단점은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 무엇을 하든 무엇을 먹든 누구도 신경 써주는 사람이 없고, 또 누구와 공감하며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이 서운해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과일을 정말 좋아하는데 혼자 사 먹기에는 늘 많이 남고, 과일이 상해 버리게 될 때면 혼자 산다는 것을 체감합니다”라며 마음이 공허한 순간을 떠올렸다.

먹는 것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나 활동이 부재하다는 것도 청년의 고립을 절실히 체감케 하는 상황 중 하나다. 김시윤 청년은 “어렸을 적 아빠를 따라 야구장을 갔던 경험이 있는 프로 야구에 푹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야구장에 직접 가는 것도 좋고, 그럴 수 없다면 방송으로 즐기는 것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다만, 누군가와 함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요. 최근에는 취미생활을 같이 할 친구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송수환, 이하늘, 정서형, 양희철 청년)
(송수환, 이하늘, 정서형, 양희철 청년)

양희철 청년의 사정은 더 깊다, “우울감보다는 공허함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뭔가 많이 하고 주변도 부족하지 않은 것 같은데 비어있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외로운 건 단순히 혼자 살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나누지 못함에 있다고 봐요”라고 고백했다.

살구숲 만들기 프로젝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살구 모임’을 운영해왔다. 1인 가구 청년 소모임 살구 모임은 1인 가구 청년들의 관심 분야를 모임으로 만들어 함께 체험하고 교감하는 프로그램이다. 캠핑, 풋살, 다이어트, 독서, 도자기, 배드민턴 등 총 16개의 주제로 103명의 인원이 참여해 진행됐다. 살구숲 만들기 프로젝트는 청년들의 문화와 취미생활을 위한 물품을 지원하고, 월 2회 이상 모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함께 참여해오고 있다.

그런데도 청년들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정서형 청년은 “최근 들어 처음으로 앱을 개발하고 있어요. 디자이너 겸 기획자로 참여하고 있는데 디자인 전공을 하지 않다 보니 화면 설계하는 일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젊은이라는 열정으로 힘내서 도전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행복해요. 그리고 인생 첫 유럽 여행도 준비하고 있답니다”라고 밝은 미소로 근황을 알렸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철 지난 독려는 이미 내성이 생겨 버린 지 오래됐다. 청년의 고통은 성장을 위한 당연한 담금질이라는 말도 이들에게는 차갑게만 느껴진다. 성공을 위해 사법고시에 매진하는 고시생의 모습은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 이하늘 청년은 이야기한다. “모든 청년의 문제는 아니지만 ‘혼자서 많은 것을 이겨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울감이나, 걱정, 고민 등도 마찬가지죠. 남한테 피해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한 일일 수도 있지만, 같이 해결하면서 풀어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결 방법으로는 ‘다양한 사람들 만나보기!’를 정했어요.”

사회·문화적 변화로 청년은 고립되어 가고 있다. 아직 미숙한 그들이기에 더 힘들고 버겁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들이 진정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함께하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닐까? 훌륭한 능력을 갖추는 것도 후회 없이 하루를 보내는 일도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손 내밀 수 있는 거리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보자. 그리고 다시 방긋 미소를 지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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