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박진아 기자 ㅣ'이태원 압사 참사'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구조를 회피한 사람들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다른 쪽에선 쩌렁쩌렁한 음악 소리와 음주가 지속됐고, 일부는 경찰 및 소방관 통제에 따르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위기에 처한 사람을 자신은 별다른 위험 없이 구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모른 체 지나쳤을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사마리아 인의 법은 성서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유래 되었다. 어떤 유태인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다가 강도를 만나 상처를 입고 길가에 버려졌는데, 동족인 유태인 제사장과 레위인은 못 본 척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유태인에게 멸시 받던 사마리아인이, 그를 보고 측은한 마음에서 구조해 주었다. 사회적으로 멸시받고 소외받던 사람이, 사회적으로 혜택을 받고 책임을 부과 받은 사람도 하지 못한 일들을 한 것이다.

이 일화에 나오는 사람들에게는 법적인 의무가 없다. 하지만 도덕적 차원에서 인간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여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미국·독일·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선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규정하고 있다. 위급한 상황에 노출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사회적 도리이자 '의무'라고 본 것.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아직 시행되지 않는다. 국회에서 몇 차례 도입이 논의됐으나 무산됐다. 구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한 법의 경계가 모호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게 반대 근거다. 도덕에 내재된 자율성 침해도 이유다. 

법과 도덕의 근본적 차이점은 강제성에 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으로 우리가 지켜야 하는 도덕 규범 중, 사회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가치를 법으로 규정함으로써 강제력을 부과하고 국가나 사회의 질서를 유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편 인간이 최소한으로 지켜야 하는 행위에 대하여, 법에 규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법 규범과 같은 강제력을 부여하여 행위를 강제하도록 하는데, 이것이 착한 사마리아 인의 법이다. 즉 착한 사마리아 인의 법은 도덕 규범을 법 규범으로 승화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법으로 지정되어 있는 예외도 있다. 노인이나 영아, 직계존속, 질병 등의 사유로 보호자의 보호가 필요로 하는 사람의 법률상·계약상 보호자는 자신이 보호해야 할 사람의 위험한 상황을 그대로 방치 했을 때 유기죄로 처벌 받는다. 일반적인 범죄는 작위(행동)에 의해서 처벌을 받지만 이 경우에는 부작위(행동 안함)으로 처벌받는데 있어서 우리나라의 법에서는 매우 예외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 범위를 보호자에 한하는 것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을 최소한도로 적용했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곤경에 빠진 사람이 될 수 있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착한 사마리아인 법 논쟁이 다시 일어났다.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이 법의 도입 논쟁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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