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조재휘 기자ㅣ경제단체들이 현대·기아차 사내 하청 노동자도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우려를 표했다. 현대와 기아자동차 하청 노동자가 ‘간접공정’에서 2년 넘게 일했다면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간접공정’은 일이 진척되는 과정이나 정도 또는 한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하나하나의 작업 단계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현대·기아차를 예로 보면 완성된 차를 출고장으로 운전하는 등 자동차 조립을 직접 담당하지 않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하청 노동자들은 12년간 투쟁을 벌여왔다. 하청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달라며 소송을 냈으며 자동차 조립을 직접 담당하지 않는 노동자들에게도 불법 파견이 처음으로 인정되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와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10월 27일,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도장, 생산관리 등 업무를 수행한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직접 생산공정에 이어 간접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직접 고용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날 대법원은 현대차 관련 4건, 기아차 관련 2건을 선고했다.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노동자는 430명이다. 대법원은 승소한 원고들이 직고용됐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실제 받은 임금의 차액 약 107억원을 사측이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3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년이 지났거나 파견관계 판단이 더 필요한 일부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 대다수의 파견 관계는 인정할 수 있지만, 부품 생산업체(하청)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2차 하청업체에 소속됐던 생산관리 담당자 중 일부 노동자 등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생산공장에서 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무한 노동자들에게 파견관계가 성립하는지를 놓고 광범위한 전반적인 공정에 관해 이뤄진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판결을 존중하며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면서도, 파기 환송된 일부에 대해서는 무조건 불법파견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업무별로 따져봐야 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경제단체들은 이번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추광호 경제본부장 명의 입장을 내고 대법원이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제조업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도급계약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산업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전경련은 우리나라 파견 제도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달리 허용업무가 한정적이고 기간도 2년으로 제한되는 등 매우 경직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장에서 의도하지 않게 불법파견 논란이 지속해서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입장문을 통해 사내 하청업무 대부분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것은 우려된다고 밝혔다.

결국 직접공정은 물론 ‘간접공정’까지 사내하도급 업무 대부분을 불법파견으로 확정한 대법원의 판단. 2010년 현대차의 직접공정에서 일한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이후 그 취지를 확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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