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박진아 기자ㅣ가족과 함께 할 때, 혼자서 울고 싶을 때, 사랑하는 연인과 로맨스를 한껏 더 즐기고 싶을 때, 당신은 어떤 영화를 선택하나요? 많은 영화들 속에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당신에게 무비레시피가 영화를 추천, 요리합니다.   

2005년 공지영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유명 작가의 소설에 강동원 남주 이나영 여주로 제작 당시부터 화제가 된 영화다. 작품에 대한 비판과 호불호는 여전히 갈리지만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의미를 챙길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오늘은 차가운 겨울바람과 함께 생각해도 어색하지 않은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를 살펴본다. 

<영화정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Maundy Thursday, 2006)
드라마 // 2006.09.14. // 한국
감독 – 송해성
배우 – 강동원, 이나영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 찬란한 기적>
세 번째 자살도 실패한 그 해 겨울, 모니카 고모의 손에 이끌려 교도소에 갔다. 내키진 않았지만, 정신병원에서 요양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독해 보이는 창백한 얼굴의 사형수. 내내 거칠고 불쾌하게 구는 저 녀석이나 잘못한 거 없이 쩔쩔 매는 고모나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때 같았으면 “가관이네, 끝!”하고 바로 잊어버렸을 텐데, 어쩐지 마음이 울컥한다. 아, 이 남자...!

내 생애 마지막이 될 겨울의 어느 날, 만남의 방에 불려갔다. 찾아온 수녀에게 나 좀 건들지 말라고 못되게 말해줬다. 그런데, 창가에 서 있는 저 여자, 죽은 동생이 좋아했던 애국가를 부른 가수 문유정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동정도 어색한 기색도 없이 그저 서늘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두 번째 만난 날. 억지로 왔다며 기분 더럽다며 신경질을 부리는 이 여자, 어쩐지 나를 보는 것만 같아 눈을 뗄 수 없다.

교도소 만남의 방. 두 사람이 마주 앉는다. 부유하고 화려한 여자와 가난하고 불우했던 남자. 너무도 다르지만, 똑같이 살아있다는 것을 견딜 수 없어하던 그들. 처음엔 삐딱하고 매몰찬 말들로 서로를 밀어내지만, 이내 서로가 닮았음을 알아챈다. 조금씩 경계를 풀고 서로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두 사람. 조그만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온기만큼 따스해져가는 마음. 그들은 비로소,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를 꺼내놓게 된다.

유정이 고백을 들은 윤수의 진심 어린 눈물은 유정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윤수의 불행했던 과거와 꼬여버린 운명은 유정의 마음을 울린다. 상처로 상처를 위로하고 다독이면서 그들의 절망은 기적처럼 찬란한 행복감으로 바뀌어간다. 이제, 여자는 스스로 죽을 결심 따위는 할 수 없게 되고, 남자는 생애 처음 간절히 살고 싶어진다. 세상에 ‘사랑’이 있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의 기쁨을 알게 해준 서로가 더 없이 소중하다.

매일 목요일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바람이 그들 마음에 가득 차오를 무렵,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   
-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과연 언제일까. 이 질문에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마치 행운과 특별한 순간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어쩌면 행복은 지금 내 옆 소소한 시간 속에 흐르는 것을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 ‘죽음’이라는 것이 가장 가까운 경계선을 밟고 있는 두 사람. 서로 다른 경계선이지만 그들은 죽음을 앞두고 진정한 행복과 사랑을 깨닫는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끼게 되는 진짜 행복의 시간. 우리는 그 순간을 냉정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 외모가 무기가 아닌 배우들 
영화가 개봉하고 호불호가 갈린 것은 사실이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마찬가지다. 어쩌면 남녀 주인공의 외모가 너무 출중해서 그런 것일지도. 하지만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 강동원과 이나영은 제법 담담하게 역할을 소화해 낸다. 어색한 것 같은 연기 안에 보여지는 잔잔한 진심들, 가벼워 보이지만 끈끈한 긴장감은 영화를 보는 내내 아린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도, 극악무도한 인간이라 해도, 설사 악마의 화신이라 해도 그를 포기할 권리는 우리에게 없다. 그 누가 인간의 생명을 결정지을 수 있을까? 사람을 세 명이나 죽인 사람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에게 죽음을 집행할 수 있을까? 진정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삶과 죽음, 죄와 벌, 그리고 진정한 사랑과 용서의 의미를 묻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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