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의 전통 예술이 톡톡 튀는 아티스트와 만나 새롭게 재탄생 되고 있다. 전통의 발굴과 계승을 중시하면서도 밀레니얼 특유의 참신함과 독창성을 더한 작품들로 K-아트의 미래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밀레니얼 아티스트와 작품을 소개한다. 

사진 = 신영훈 ‘Hard Boiled’, 2017

무한한 가능성이 돋보이는 현대 수묵화
동양화하면 화선지 위에 먹의 농담과 번짐으로 수려한 자연을 담아낸 수묵화가 떠오른다. 신영훈 작가의 수묵화는 기존 우리에게 익숙한 동양화 감성과는 사뭇 다르다. 마치 섬세하게 묘사한 현대 미술이나 풍경 사진과 같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는 종이, 붓, 먹이라는 재료의 한계와 표현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고 수묵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표현하는 신영훈 작가의 예술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개인전 <음유적 클리셰>(2017)는 현대 여성을 감각적인 수묵화로 담아낸 작품을 선보인 전시로, 수묵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작품 속 여인은 한복이 아닌 속옷을 걸친 채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수묵화가 이렇게 인물의 감정까지 세밀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관객들에게 선사한 전시로 유명하다. 

<Director’s Cut >(2019)이란 테마로 열린 또 다른 개인전 역시 수묵화의 고정관념을 깨는 경험의 확장을 제공했다. 한지 대신 대형 광목천을 캔버스로 활용했으며, 물감과 먹을 섞어 그려낸 신비로운 풍경은 가슴 속에 진한 여운을 준다. 그를 주목하는 건 전시관만이 아니다. 역사소설 <초한지>의 표지 일러스트 작업부터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아트웍, <해적>의 수묵화 포스터 등 다양한 문화 업계와도 협업을 활발하게 진행하며 수묵화의 능숙한 변주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를 사로잡은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속 한복
결혼식이나 명절 등 특별한 날에만 입던 한복이 당당히 글로벌 패션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K-문화의 인기와 함께 걸그룹 블랙핑크가 2020년 6월 발표한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한복 덕분이다.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블랙핑크의 한복은 한복 브랜드 ‘단하’의 대표 김단하 디자이너의 손에서 탄생했다. 

김단하 디자이너가 한복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전통 매듭장인 할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이런 장인정신을 이어받은 그는 단순히 현대적인 디자인 관점으로만 한복을 재해석하지 않는다. 한국 전통복식에 대한 깊은 연구가 밑바탕이 돼야 뿌리가 단단한 한복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고 여긴다. 블랙핑크의 한복은 남자 한복을 여자 한복으로 변형해 중석적인 매력과 현대적인 모던함을 동시에 자아냈다. 

소재 선택 역시 신중하다. 과거 우리 조상이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한복을 만들었듯, 환경을 위해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원단을 활용한다. 한복을 통해 전통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활동도 다양하게 펼친다. 2021년에는 제페토와 협업해 메타버스 산업으로도 첫발을 내디뎠다. 올 해는 각종 드라마와 영화 등의 의상 제작에도 참여하며 한국의 화조도에서 영감을 받은 키치 컬렉션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나전칠기 작품
이현경 작가의 이름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널리 알려지게 된 작품이 있다. 2017년 해외 순방 길에 오른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교민들에게 선물한 ‘자개 텀블러’다. 평범한 텀블러는 신비로운 빛을 머금은 자개를 만나 텀블러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곡선 형태의 텀블러에 자개로 패턴을 입히는 작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1년 간의 연구와 노력 끝에 결국 텀블러 디자인에 적합한 자개 개발에 성공했고 대나무, 매화 등 한국의 미가 돋보이는 자개 텀블러가 세상 빛을 볼 수 있었다. 

전통 나전칠기 제작 방식을 잇고 이현경 작가는 초기에는 자개 본질의 아름다움에 집중한 작업을 주로 했다 이후 대기업과 지속적인 협업으로 자기 대중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자개 텀블러와 같이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생활용품으로 디자인 범주를 넓혀 나갔다. 개인전 <縈 [얽히다] 展>(2019)에서는 금속에 반복적인 옻칠로 완성한 공예 작품을 선보였다. 

이현경 작가는 인간관계의 형상을 여러 가지 모습의 선으로 표현해 긁어내고, 다시 칠로 덮은 뒤 또 긁어내 속 안의 색을 드러내는 새로운 작업 방식을 시도했다. 지금도 자개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담은 공예 브랜드 ‘장이’를 통해 일상과 한층 더 가까워진 자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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