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이윤아Pro]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원유(原乳) 도매 단가를 기습 인상하면서 다른 유업체의 가격 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우유의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며 우유뿐만이 아니라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져 서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밀크플레이션’은 우유를 뜻하는 밀크(mil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서, 우윳값이 오르면 우유가 들어간 아이스크림, 커피, 빵 등의 가격이 동시에 올라 장바구니 물가 인상을 불러오는 조짐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서울우유는 최근 낙농가에 월 30억원 규모의 목장경영 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우유 측은 사룟값 증가로 낙농가의 생산비 부담이 커졌는데 올해 원유 가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 낙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이번 지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우유 측에서는 낙농가의 사룟값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금이라고 밝혔으나, 사실상 원유 가격을 인상하는 효과를 내 다른 유업체의 가격 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업계에서는 이번 지원금이 서울우유에 원유를 제공하는 농가에 원윳값을 L(리터)당 58원 인상하는 효과를 낸다고 보고 있다.

서울우유의 원유 가격 기습 인상으로 정부도 난감한 상황이다. 유업체, 낙농가와 함께 낙농제도 개편을 마무리한 후 올해 원유가격 조정을 시작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서울우유의 이번 가격 결정은 기습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통상 매해 8월 1일부터 조정되는 원유 가격은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공식화하는데 올해는 현재까지 관련 논의가 시작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낙농진흥회는 유제품의 수급조절 등을 위해 설립된 기구로 매해 원유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사들인 후 유업체 등에 공급한다. 서울우유 역시 원유를 낙농진흥회로부터 수급하지는 않으면서도 낙농진흥회의 결정 가격을 적용해왔지만, 올해는 사실상 나 홀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정부는 낙농산업을 지속 가능하게 바꿔야 한다며 작년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해왔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란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눈 뒤 음용유값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값은 더 낮게 책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국산 가공유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키우고 우유 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낙농가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농가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며 도입에 반발하고 있지만 유업체들은 대체로 정부안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정부는 낙농가를 설득해 낙농업계 전체에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서울우유가 현행 구조를 따르며 기습적으로 원윳값을 올린 것이다.

정부는 서울우유의 결정이 자율적이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서울우유의 가격 인상으로 ‘밀크플레이션’의 상황이 불가피하다.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서 고물가 속 소비자들의 부담만 커지는 것은 아닌지 소비자들의 불안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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