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치솟는 물가 등 경제적 어려움을 인정하며 인플레이션 원인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돌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인플레이션의 큰 원인이라고 지칭하며, ‘푸틴플레이션’에 직면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푸틴플레이션’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물가 상승을 말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주요 생산물인 원유, 밀, 옥수수, 해바라기씨유 등이 글로벌 시장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물가가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사진/TASS=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4대 곡물 수출국인 데다 특히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대부분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양국의 전쟁은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올해 초 70~80달러 사이에서 거래됐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 3월 130달러를 돌파했으며 해바라기씨유 가격도 급등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 세계 해바라기씨유 글로벌 생산 1, 2위로 전체 생산량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흑토 지대는 북미 프레리·남미 팜파스와 함께 세계 3대 곡창지대로 꼽힐 만큼 밀과 옥수수 등 많은 곡물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4월 해바라기씨유 가격은 2019년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뛰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농산물 수출 제한에 나서는 국가들이 속출하면서 세계 식량 위기·식품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거의 모든 대륙에서 밀, 옥수수, 식용유, 대두, 설탕에 이르기까지 농산물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국가들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경제포럼(WEF) 행사(다보스 포럼)에서는 식량 위기와 관련된 보호무역주의 사례로 인도의 설탕과 인도네시아의 팜유가 거론됐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이자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의 수출국인 인도는 이날 자국 사정을 이유로 올해 설탕 수출량을 1,000만t으로 제한했다.

인도가 설탕 수출을 제한한 것은 6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가격 상승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인도의 수출 제한 발표 직후 백설탕 가격이 1% 이상 오르는 등 세계적인 설탕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세계는 선진국과 신흥국 가릴 것 없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에 따른 식료품·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십 년 만의 물가 급등에 직면했다. 각국은 금리인상 등 방법을 동원해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선 상황이지만 물가 상승세가 워낙 전방위적이고, 가팔라 고삐를 채우는 데에 애를 먹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가 상승 작용을 일으킨 ‘푸틴플레이션’. 러시아는 식량과 에너지를 인질 삼아 전 세계를 상대로 장기 대치전을 벌일 태세를 보이고 있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하루빨리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으로 경제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길 바라본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