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북한이 지난 24일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기어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합참은 24일 오후 2시 34분께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ICBM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스스로 선언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 철회를 시사한 지 두 달 만에 실제 행동에 옮긴 것이어서 한국과 미국, 일본은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이슈체크에서 Q&A로 알아보자.

[출처 :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출처 :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Q. 북한이 어제 발사한 미사일은 어떤 미사일인가?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4일 오후 동해상으로 발사된 미사일은 정상 각도 보다 높여 쏘는 고각 발사인 것으로 추정했고, 신형 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후 북한은 25일 전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에 발사한 화성-17형은 최대 정점고도 6천248.5㎞까지 상승하며 거리 1천90㎞를 4,052s(초·67분)간 비행해 북한 동해 공해상의 예정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전했다. 통신은 "초대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무기체계는 반(反)공화국 핵전쟁 위협과 도전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그 어떤 군사적 위기에도 공세적으로 대응하며 공화국의 안전을 수호하는 강위력한 핵전쟁 억제력으로서의 사명과 임무를 믿음직하게 수행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Q. 그렇다면, 명백한 모라토리엄 파기 아닌가?

그렇다.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은 2018년 4월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실험장 폐기와 함께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말한다. 이번 발사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북미간 신뢰를 유지하는 상징적인 조치였던 모라토리엄이 4년 만에 깨진 것이다. 모라토리엄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던 시절에 나온 결정이었다.북한은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표류하고 남북관계가 악화한 가운데서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열병식에서 신형 ICBM을 공개하되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ICBM·핵실험과 같은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제 발사로 한-미입장에서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나 다름없다.

Q. 우리 정부의 반응은?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발사가 한반도와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한 것은 물론,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임을 강조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상황이 매우 비상하고 엄중하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전쟁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한반도와 지역,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험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는 북한의 이번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레드라인'을 넘어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Q.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모라토리엄 파기에 대한 한-미-일 입장은?

외교부에 따르면 최종건 1차관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및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통화하고 북한 ICBM 발사를 강력히 규탄했다. 3국 외교차관은 유엔 안보리 추가 조치를 비롯해 향후 대응조치에 대해 3국 간 각급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 우크라이나 내 인도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단합된 공조와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Q. 미국은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미국이 24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제재 카드를 또 꺼냈다. 이날 제재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내놓은 세 번째 제재 조처다. 북한이 4년4개월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핵실험·ICBM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을 깨자 제재로 응수하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주도하는 제2자연과학원(현 국방과학원) 국제업무 담당국을 비롯해 북한 국적자 1명과 러시아 기관 2곳 및 러시아 국적자 1명을 제재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한국 시간으로 25일 오전 6시께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ICBM 발사를 공식 확인하자 미국이 불과 1시간 만에 제재로 맞받아치며 단호한 대응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Q. 미국의 제재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이번 제재는 '이란·북한·시리아 비확산법'(INKSNA·이하 비확산법)을 적용했다. 이 법은 다자간 수출통제 목록에 등재된 장비나 기술을 이란과 시리아, 북한으로부터 획득하거나 이전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다. 구체적으로 국무부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민감한 물질을 조달한 혐의로 제2자연과학원의 국제업무 담당국과 북한 국적자인 리성철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또 같은 혐의로 러시아의 아르디스 그룹 등 2개 기관과 러시아 국적자 1명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참고로 제2자연과학원은 북한의 첨단무기 연구·개발하는 주도하는 국방 군수공업 부문의 핵심 기관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를 비롯해 각종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메카'로 통한다. 국무부는 "이번 조치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을 억지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며 "그들은 국제무대에서 무기 확산자로서 러시아의 부정적 역할을 부각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Q. 국제사회 공동 움직임 및 북한과 대화 여지는?

미국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독자 제재와 별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국제사회의 공동 압박도 모색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북한의 선(先) 제재 완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지만 북한이 대화에 나서면 모든 사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북한의 조건 없는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4일 오후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ICBM 1발을 동해상으로 고각 발사해 2018년 4월 자발적으로 한 모라토리엄 선언을 4년 만에 깨뜨린 북한. 북한이 4년 4개월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리며 끝내 한미가 임계점으로 규정해온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정세가 불안한 만큼 국제사회와 협력 속에 우리 정부의 단호하고 현명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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