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세상의 많은 것들이 디지털화되면서 자신의 개인정보 등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 많이 남기게 되었다. 직접 대화를 하는 것보다 메신저나 메일을 통해 상대방과 소통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늘어난 상황. 이에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용자의 ‘디지털 유산’ 처리를 위한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디지털 유산’은 고인의 유품처럼 생전에 온라인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공간에 남긴 흔적을 말한다. 미니홈피·블로그 등의 게시물이나 사진, 동영상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에서 획득한 게임 아이템, 사이버머니 등도 모두 해당된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미국 애플은 전 세계 아이폰 운영체제 iOS 15.2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폰 사용자가 사망할 경우 가족이나 지인이 아이폰 계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유산 기능을 도입했다.

아이폰 사용자가 자신의 아이폰과 아이클라우드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5명까지 미리 지정해두면 사용자가 사망한 후 아이폰에 저장된 사진, 영상, 전화번호 같은 개인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양도할 수 있는 방식이다. 

애플은 그동안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직계가족 요청이라도 아이폰 개인 계정을 들여다보는 것을 막아왔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에서 수사 목적의 범죄 용의자 아이폰 잠금 해제 요청도 역시 거절해왔다. 그러나 애플이 이러한 기능을 도입한 배경에는 최근 디지털 유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구글은 이미 2013년 4월부터 계정이 비활성화된 지 3개월이 지나면 사전에 사용자가 지정해둔 사람이 해당 계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비활성 계정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개인 정보를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더 많이 남기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용자의 디지털 유산 처리를 위한 서비스를 속속 도입한 결과 중 하나인 것. 

또한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지난 2015년 ‘유산 접근’이라는 기능을 도입했다. 계정 주인이 사망한 이후 SNS 계정 관리권을 어떻게 처분할지를 사전에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국 최대 메신저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도 최근 사망자 유언이 있으면 보유한 게임 자산을 특정인에게 양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디지털 유산에 관한 명백한 기준이 없는 상태로 잊힐 권리를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네이버 블로그의 경우 사용자가 사망한 경우 공개된 글은 유족이 요청할 경우 삭제를 해주기는 하지만 네이버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 비공개 이용 정보는 알려주지 않는다. 카카오 역시 비밀번호로 잠금이 되어 있거나 비밀방으로 설정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유족이라도 열람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당사자가 사망한 뒤에는 누구도 고인의 온라인 테이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아이폰의 경우는 온라인이 아닌 기기에 해당하기에 사후 유족의 데이터 접근은 국내 법규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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