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폴란드 극우 진영이 유럽연합(EU)의 가치인 법치주의에 지속적인 도발을 감행하면서 EU의 정치통합 노력에 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특히 폴란드 헌법재판소가 유럽연합(EU)와 대립각을 세우는 결정을 내리며 EU 탈퇴까지 예상케 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반발하는 폴란드 내 시위대는 '폴렉시트'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폴렉시트(Polexit)’는 Poland에 Exit를 합친 말로 영국의 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를 빗댄 말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10만 여명이 모인 것을 포함해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시위가 열렸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가 100여 곳에서 열렸다고 밝히며, 특히 ‘폴렉시트’가 현실이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를 주최한 야권 지도자 도널드 터스크는 "여당인 법과정의당(PiS)이 유럽에서 폴란드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규탄했다.

폴란드 헌재는 지난 7일 자국에서는 EU 조약·결정보다 폴란드 헌법이 우위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날 시위는 폴란드 정부와 EU가 마찰을 빚어온 가운데 헌재가 정부를 지지하는 결정을 내리자 이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촉발됐다.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브렉시트이 현실이 될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폴란드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폴란드 국영방송인 TVP는 이날 시위를 "폴란드 헌법에 맞서는 시위"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 2004년 EU에 가입하면서 EU 조약을 지키겠다고 서약하고 EU의 경제·정치적 통합을 지지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극우 정당이 집권하면서 EU와 대립각을 세웠다. 폴란드의 극우파 정당 '법과 정의당'(PiS)은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데 이어 2019년 재집권에 성공한 바 있다.

법과 정의당은 레흐 카친스키 전 대통령의 쌍둥이 형 야로슬라프 카친스키가 이끌고 있다. 카친스키 법과 정의당 대표는 자신이 총리에 직접 나서지 않았지만 사실상 내각과 국정운영을 장악하고 있는데, 서구식 민주주의와 다원주의 가치보다는 보수 가톨릭과 전통적 가치에 기반을 둔 사회로 개혁한다며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폴란드의 ‘법과 정의당’은 최근 동성애자 인권, 사법권 독립 등을 놓고 EU와 대립각을 세우며, EU의 민주주의, 법치주의에 대한 요구가 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극우 포퓰리즘 정책을 펴는 폴란드는 현재 성소수자 인권을 무시하고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며 언론을 탄압하는 등 EU가 요구하는 민주적 가치를 훼손한다고 비판받고 있다. 다만, 폴란드 법과 정의당은 ‘폴렉시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폴란드 정부와 EU는 최근 '사법 통제' 논란을 두고 공방 중이고 일각에서는 ‘폴렉시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폴란드에서 극우파 정당이 계속 집권할 경우 EU의 이런 목표와 이들 국가의 주권적 요구가 자주 충돌할 것으로 보이는데, 악화되면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폴렉시트’가 실제화 하며 갈등을 키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폴란드 국민은 "EU를 떠나면 안 된다"며 극우 성향의 정권에 맞서고 있다. 과연 폴란드의 ‘민주주의’ 방향은 어디로 흘러갈지 세계적인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편, 유럽 문제 전문가인 알렉스 스체르비악 영국 서식스 대학 정치학 교수는 폴란드와 EU의 갈등은 개별국의 주권과 EU 통합 의지의 충돌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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