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언제부터인가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을 권장 받아왔다. 그러나 19세기까지는 이러한 편견이 없었고 유럽에서는 남자아이를 상징하는 색으로 분홍색을 입히기도 했다. 붉은색은 에너지가 넘치고 강인한 남성적인 색으로 여겨져 분홍색도 그 계열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다 1940년대 이후 동성연애자들을 낙인찍기 위해 ‘분홍 삼각형’을 사용하면서 분홍색이 남성적인 색에서 멀어진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보고 있다. 

‘분홍 삼각형’은 홀로코스트에 강제 수용된 사람에게 의무적으로 장착된 삼각형 배지로, 남성 동성애자를 나타낸 것이다. 여성 동성애자의 경우에는 검은 삼각형이 부착되었다. 분홍 삼각형은 성범죄자에게도 똑같이 달았기에 당시 성소수자의 인식 수준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동성애 수용자 중 많은 수가 수용소 내에서 조직적으로 학살되기도 했다.

분홍색을 좋아하면 동성연애자들과 취향이 같은 것으로 여겨져 사람들이 분홍색을 남자답지 못하고 유약한 색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분홍색 품목은 여아를 위한 것으로 변해갔고 파란색 품목은 남아를 위한 것으로 굳어졌다.

사실 분홍색은 대체로 심신을 안정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분홍, 진분홍 등 종류도 많지만 그중 베이커 밀러 핑크는 1980년대 미국에서 인기를 끈 바 있다.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고 분홍색이 사람의 기분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다.

연구소는 해군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교도관 2명을 설득해 벽과 천장을 분홍으로 칠했고 두 교도관의 이름을 따서 그 분홍색을 베이커 밀러 핑크라고 명명했다. 실험을 통해 분홍색에 15분만 노출돼도 수감자들의 공격성은 감소했고 공격성 감소 효과는 그들이 분홍색 방을 나간 후에도 30분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나 학생 통제를 위해 수많은 학교와 병원에서도 일부 벽을 베이커 밀러 핑크로 칠하고 공공 주거 단지, 교통 시설에서도 베이커 밀러 핑크를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한 버스 회사에 따르면 버스 좌석에 베이커 밀러 시트를 입힌 뒤 승객의 기물 파손 행위가 줄었다.

분홍색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긴장 완화, 진정효과 등이 있지만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정신적으로 나약해지거나 육체적 피로를 느낄 수도 있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일각에서 재소자 인권 침해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교도소에서 분홍색 감방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아이 용품에 대해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밝은색의 제품이 많이 나오지만 분홍색이 여성용이나 여성전용 등을 표시하는데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공공시설의 임산부석 지정 컬러도 분홍색이며 유방암 인식 운동의 국제 상징 역시 핑크 리본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분홍 삼각형’부터 시작해 여성적인 색깔로 굳어진 분홍색. 아직 여성의 색으로 사용되는 곳이 많기는 하지만 더 이상 여성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최근에는 핑크색 셔츠를 즐겨 입는 남성들도 많으며 남성 패피들 사이에서도 핑크는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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