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누군가의 절박함이 담긴 청원. 매일 수많은 청원이 올라오지만 그 중 공론화 되는 비율은 극히 드물다. 우리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지만 조명 받지 못한 소외된 청원을 개봉해 빛을 밝힌다.

청원(청원시작 2021-07-13 청원마감2021-08-12)
- 성폭행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와 동거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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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인권/성평등

청원내용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한 ‘집’에 살고있는 19살 학교 밖 청소년입니다. 저는 위에서 ‘집’ 이라는 단어를 강조했습니다. 현재 저는 ‘집’에 있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친 오빠에게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저희 집이 리모델링 공사를 할 때부터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그 성추행은 점점 이어지고 대담 해져서 성폭행이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선 초등학교 고학년인데 왜 거절을 못하였나?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그걸 설명하기 위해선 저희 집 배경을 설명 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저희 집은 어릴 적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고 그래서 저와 오빠는 다른 남매보다 친하게 지냈습니다. 어렸던 저를 정서적으로 키워준 것은 부모님이 아닌 오빠였으니까요. 그래서 서로 껴안는 등의 스킨십이 많았습니다.

공사를 하고 있을 때 저희는 한 방에서 같이 잠을 자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잠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당시 전 오빠와 등을 돌리고 자고 있었지만 오빠는 뒤에서 절 감싸 안고 있었습니다. 그런 일은 자주 있었기에 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오빠의 손이 제 가슴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 때 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오빠가 갑자기 왜그러는걸까 , 실수로 만졌겠지. 내가 여기서 뿌리치거나 화를내면 오빠랑 어색해지려나’ 등 여러 생각들을 했고, 결국 저는 조용히 계속 자는 척 행동했습니다. 그게 제가 기억하는 첫 번째 추행입니다.

그 뒤로도 수십 번 오빠로 부터 추행을 당해왔습니다. 그 뒤 어떻게 추행이 폭행으로 바뀐 건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그저 제가 기억하는 것은 저희 오빠와 제 관계에선 한 번도 콘돔 등의 피임도구를 쓰지 않았습니다. 또한 오빠와 같은 공간에 머무르게 되어 오빠와 있던 일이 떠올라 불편해서 방으로 피하고 들어갈 때면 오빠는 계속 제 방으로 따라 들어왔습니다. 방 문을 잠그고 싶었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방문을 잠그고 있는 걸 좋아하지 않으셔서 방 문 손잡이가 없던 상태였으니까요.

그 외에도 저는 많은 것을 기억합니다. 제가 거절하는데도 오빠가 저의 바지를 벗기고 억지로 삽입하던 날. 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오빠가 억지로 관계를 맺은 후 제 얼굴에 사정을 해서 눈이 충혈된 채로 학원을 갔던 날. 자다가 인기척에 눈을 뜨면 저를 만지며 보고 있는 오빠의 풀린 눈. 여전히 저는 잠에서 깰 때 두려워합니다. 오빠의 그 눈이 제게는 너무 생생해서. 그리고 저는 제 작년 여름에 신고해서 현재 재판 진행 중입니다.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제가 이렇게 청원 글을 쓰는 이유는 수사가 진행 중이고, 검찰로 넘어간 상황에서도 오빠는 전혀 반성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올해 2월에도 오빠로부터 추행이 있었고 전 화를 냈지만 부모님은 오히려 저를 꾸짖으셨습니다. 답답한 제가 손목을 긋자 ‘주양육자’ 이신 아빠가 제 뺨을 두 차례 내리치셨습니다. 그 후 저는 정신과 입원을 했고 오빠와 접근금지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오빠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견딜 수 없던 저는 2월 말 자살기도를 했으며 실패했고 또 다시 정신과에 입원을 했지만 미성년자이기에 퇴원을 하려면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아빠는 제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퇴원 조건으로 내세우셨습니다. 그렇게 전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오빠는 가끔 제가 가진 스트레스를 알면서도 그걸 건드리곤 합니다. 아빠에게 오빠의 그런 점이 싫다고 말씀 드린 적이 한 번 있는데 돌아온 답은 “네가 오빠한테 살갑게 대하지 않아서 그렇다. 오빠 한번 안아주고 그래라.”였습니다.

부모님은 현재 가해자인 오빠 편에 서서 사설 변호사를 여럿 선임하여 재판을 준비 중이며, 전 국선 변호사 한 분과 재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또한, 저는 아직 미성년자이기에 중요한 사안은 부모님에게 연락이 보내지고 있습니다. 접근금지 신청이 되었지만 저는 왜 집에서 나가지 못하는 것이며, 나가면 어디로 가야할까요.

더 이상 남매가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었음에도 살가움을 요구하는 부모님 밑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걸까요? 이 사건이 공론화가 되지 않으면 처참하게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 나가야하기에 마지막 시도라고 생각하고 청원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께 공유가 되어 사건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청원 UNBOXING
취재결과 >> 국민소통수석실 디지털소통센터

“청원인의 의사에 따라 청원인은 정부지원 시설에 입소하였습니다. 해당 시설에서 피해자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보호·지원 조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편, 피해자가 고발한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

“이번 사건과 같이 친족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 거주함으로써 추가 피해 발생이나 피해진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경찰은 보다 적극적인 분리 조치로 피해자 보호에 힘쓰겠습니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성폭력 피해자에게 전담기관(상담소, 보호시설 등) 을 통해 심리상담, 의료 및 법률 지원, 보호 및 숙식 제공 등을 지원”

“긴급전화1366, 여성폭력사이버상담 등에서는 초기 상담을 지원하고, 성폭력 피해자 전담기관으로 연계하여 지원과 보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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