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휘 기자] ※본 콘텐츠는 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사자성어(四字成語, 고사성어)를 소개하며 그 유래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기사입니다.

‘원숭이’가 관을 썼다

의관은 그럴듯하지만 생각과 행동이 사람답지 못하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사진/Wikimedia]
[사진/Wikimedia]

‘사자(四字)야! 놀자’ ‘목후이관(沐猴而冠)’입니다.
→ 목욕 목(沐) 원숭이 후(猴) 어조사 이(而) 갓 관(冠) 

‘목후이관(沐猴而冠)’이란 

겉모습은 갖추었으나 언행이 사람답지 못할 때 쓰는 말입니다.

‘목후이관(沐猴而冠)’ 이야기

<사기> ‘항우본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유방’과의 싸움에서 기선을 잡고, 진의 수도 함양을 넘겨받은 ‘항우’는 약탈과 방화를 일삼으며 함양을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금의환향을 꿈꾸며 고향으로 내려가기 위해 초의 팽성으로 천도를 서둘렀습니다. 이에 ‘한신’은 천혜의 요지이자 비옥한 땅인 함양에 도읍을 정하고 천하의 왕이 되라고 간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항우는 화를 벌컥 내면서 한생의 말을 막았습니다.

그러자 한생은 크게 탄식하며 물러나서는 혼잣말로 "원숭이를 목욕 시켜 관을 씌운 꼴이군"이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그만 항우가 들었고 그 뜻을 몰라 옆에 있던 ‘진평’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진평’은 "그것은 폐하를 비방하는 말로, 세 가지 뜻이 있습니다. 원숭이는 관을 써도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것과 원숭이는 꾸준하지 못해 관을 쓰면 조바심을 낸다는 것, 그리고 원숭이는 사람이 아니므로 의관을 만지작거리다가 마침내 찢어버리고 만다는 뜻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격분한 항우는 한생을 붙잡아 펄펄 끓는 물에 넣어 죽였고, 한생은 "나는 간언하다가 죽게 되었으나 두고 보아라. 백일 이내에 한왕이 그대를 멸하리라. 역시 초나라 사람들은 원숭이와 같아 관을 씌워도 소용이 없구나"라고 마지막 유언을 남겼습니다. 결국 팽성으로 천도를 감행한 항우는 관중을 유방에게 빼앗기고 마침내 해하에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목후이관(沐猴而冠)’ 보다는 내면을

목후이관은 의관은 그럴듯하지만 생각과 행동이 사람답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겉치레가 화려해도 속이 비어 있다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겉모습을 치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하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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