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이제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가을, ‘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왔다. 

천고마비(天高馬肥)는 “하늘 천 / 높을 고 / 말 마 / 살찔 비”로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표면적인 뜻을 지녔다. 추수의 계절인 가을을 비유한 말로, 가을에는 오곡백과가 익어 살찌기 좋은 풍성한 계절임을 의미한다. 그 외 ‘천고마비’는 풍요로운 가을을 상징하는 말로,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가을은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기도 해, 여러모로 좋은 절기임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처음부터 ‘천고마비’는 좋은 뜻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중국의 은나라 때부터 중국 북방에 출몰하기 시작한 흉노족은 약 2천여년이 넘게 백성들은 물론 왕조들에게 있어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이 되면 흉노족들이 더욱 활개를 치며 중국 북방의 농경지대 백성에게 약탈을 일삼았다. 특히 중국 역사 기록물인 ‘한서’의 ‘흉노전’을 보면 ‘천고마비’는 흉노족이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천고마비’의 계절이 되면 흉노족의 침입이 언제 있을지 모르므로 사람들은 각별히 주의했다고 한다. 

즉 본래 ‘천고마비’는 ‘말도 살이 찌는’ 추수철 가을이 되면 흉노족이 농경지대 약탈을 일삼아 겨울 동안의 양식을 마련해가는 시기이므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그러던 것이 흉노족이 사라진 후 ‘천고마비’는 가을을 알리는 말이 되었으며, 중국 내에서는 이것이 변형 되어 '추고마비'라는 말로 누구나 활동하기 좋은 계절을 의미할 때 사용하고 있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천고마비’라는 말을 사용하며 오곡백과가 익는 가을을 상징하는 말로 사용해왔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왔으니 모두 흉노족을 조심하자”에서 비롯된 ‘천고마비’의 유래. 올 가을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수확이 더없이 기쁜 절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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