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1955년 국내 기술로 제작된 첫 자동차 ‘시발’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자동차 산업은 66년의 역사가 넘었다. 그동안 수많은 자동차가 생산되었고, 소비자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기도 반대로 무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 결과 쏘나타, 그랜저, 코란도, 포터, 봉고 등 오랫동안 이름을 이어온 차종도 있지만 단 한번 출시 뒤 단종이라는 운명을 맞게 된 차종도 있다. 국내 자동차 회사가 제작 및 판매한 자동차 중 ‘이런 차가 있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치듯 안녕’을 고한 자동차를 만나보자.

눈길만 사로잡은 ‘쌍용 칼리스타’

팬더 '칼리스타'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쌍용 칼리스타는 본래 영국 자동차였다. 1982년부터 1990년까지 영국의 팬더 웨스트윈드가 생산한 2인승 로드스터로, 미국 포드의 여러 부품을 이용해 제작되었다. 낮은 차체와 클래식한 디자인, 소프트톱을 채용해 눈길 사로잡는 외형이 인상적인 칼리스타는 팬더 웨스트윈드가 쌍용자동차에 인수된 후에 1991년 12월부터 대한민국 평택 공장에서 생산되었다. 당시 칼리스타는 많은 이들의 드림카로 떠올랐지만, 당시 기준 출고가가 3000만원이 넘어(~3,670만원) 대중적인 범위에서 벗어났으며, 로드스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판매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드라마 속 부잣집 도련님들의 차량으로 비춰졌을 정도. 그렇게 칼리스타는 판매 부진으로 1994년에 후속 모델 없이 단종 되었다.

비운의 톨보이 ‘현대 라비타’

현대자동차 '라비타'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라비타는 크로스 오버, MPV 자동차의 부흥이 막 일던 2001년 현대자동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준중형 MPV다. 아반떼XD 플랫폼을 바탕으로 약 2년간 3천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한 라비타는 특히 디자인을 세계 유명 디자인 업체인 ‘피닌파리나’에 까지 맡기는 등 현대자동차가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길이에 비해 키가 큰 ‘톨보이’ 스타일이 너무 생소했던 탓일까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특히 당시 기아자동차 ‘카렌스’가 월등한 상품성으로 MPV시장을 꽉 지고 있었던 탓에 마침내 단종의 수순을 밟고 말았다. 비록 판매에는 실패했지만 작지만 키가 큰 ‘톨보이’ 스타일에 큰 창문 등 새로운 요소를 버무린 실험 정신은 높게 평가 할 만 하다.

이 차보면 로또? ‘기아 크레도스 파크다운’

기아자동차 '파크다운'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기아자동차(現 기아)의 중형차는 쟁쟁한 경쟁자 틈에서 늘 힘겨운 사투를 벌여왔다. 그 중 콩코드의 바통을 이어받은 크레도스는 1995년 출시 당시 일본 마쓰다의 크로노스 플랫폼을 활용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쏘나타3의 무서운 기세에 눌려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고전을 이어가다 크레도스2까지 출시 된 후 단종 되었다. 특히 크레도스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보기 드문 중형 왜건이 탄생되기도 했으나 워낙 왜건 불모지인 탓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파크타운은 워낙 판매가 부진했던 탓일까 국내에서 보기 힘든 국산차로 여겨졌는데,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파크타운을 찍어 올리면 인기 게시글이 되기도 했고 심지어 ‘파크타운을 길에서 봐서 로또를 샀다’는 우스갯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한국인 입맛 잡기 어려워! ‘한국GM 스테이츠맨-베리타스’

한국GM '베리타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로얄 살롱, 슈퍼 살롱 등 대형 고급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대우자동차. 하지만 대우자동차가 GM에 매각된 후 한국GM이 GM대우라는 이름으로 판매에 나섰던 대형 세단은 번번이 저조한 판매량이라는 성적표를 받고 소리 소문 없이 퇴장해야 했다. 그 중 2005년 출시한 스테이츠맨은 GM의 브랜드 중 하나인 ‘홀덴’의 스테이츠맨을 OEM방식으로 들여와 GM대우 브랜드로 판매에 나선 차종이다. 출시 전 당시 국내에서는 드물었던 뒷바퀴 굴림 방식이라는 점과 해외 모델이 그대로 판매한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모았지만, 에쿠스와 체어맨의 아성을 넘어서기는 버거웠다.

그렇게 출시 1년 만에 소리 소문 없이 들어간 스테이츠맨. 그 뒤 GM은 한국인의 입맛을 잡기 위한 고심 끝에 2008년 베리타스를 출시했다. 베리타스 역시 홀덴의 스테이츠맨을 OEM방식으로 들여온 차종으로 출시 전 에쿠스를 뛰어넘는 길이가 만들어 내는 뛰어난 비율을 자랑하며 관심을 받았다. 특히 GM의 고급 브랜드 캐딜락의 엔진까지 품으며 회심의 일격을 가했지만 그 칼끝은 무디기만 했다. 오래전부터 대한민국 고급차 시장에서 소비자의 요구를 끈임 없이 반영해 온 에쿠스와 체어맨의 경쟁력을 뛰어 넘지 못한 것. 그렇게 베리타스는 2년 만에 퇴장하게 되지만 베리타스만의 매력을 알아주는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특히 이들은 황금 비율의 베리타스 측면 모습에 엄지를 척 들어준다.

이상 국내 자동차 시장에 스치듯 안녕을 고한 비운의 모델들을 만나보았다. 위 차종들은 저조한 판매량이라는 성적표를 받고 기억에서 사라져 갔지만, 이러한 실패는 해당 제조사에는 좋은 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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