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이윤아 Pro] 최근 안방극장에 다크 히어로가 자주 출몰하는 가운데 드라마 <악마판사>에서 강요한(지성 분)이 법무부 장관의 아들 이영민(문동혁 분)을 상습 폭행범으로 단두대에 올려세운 뒤 ‘태형’ 30대라는 형벌로 재판을 종결했다. 태형을 받으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영민의 모습이 생중계되자 누군가는 끔찍한 현장을 바로 보지 못했고 누군가는 박수를 치며 포효하면서 대리만족하게 했다.

‘태형’은 작은 형장으로 죄인의 등짝이나 볼기를 치는 오형의 하나인 형벌로 오형 가운데 가장 가벼운 형벌이다. 10, 20, 30, 40, 50도의 5등급이 있었으며, 매 10도를 기준으로 형을 1등급씩 가감했다. 즉 태 50대의 형에서 1등을 감하면 태 40대가 되는 것이다.

삼국시대 중국의 율령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비롯되었으며 <고려사> 형법지에도 법제화했다. 조선시대에는 형법전으로 <대명률>을 적용하였으므로 <대명률>의 오형 가운데 하나인 것을 그대로 시행하였다.

집행 방법은 죄인을 형틀에 엎드리게 한 후 바지를 내려 볼기와 넓적다리를 노출시키고 벗긴 바지 위로 끈을 묶어서 종아리 부분을 고정한다. 그리고 죄인이 몸부림치지 못하도록 끈으로 허리와 손목, 팔을 묶어 고정시킨 후 볼기를 친다. 

부녀자의 경우에는 옷을 벗기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로 간음한 여자에 대해서는 옷을 벗기고 집행했다. <경국대전>에 따르면 형량에 따라 베 3필-6필-9필-12필-15필씩을 지금의 보석금과 유사한 방식으로 관아에 내면 형을 면제해 주었다.

그러다 서구 중심의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태형은 야만적인 관습으로 인식되었고 근대 조선도 영향을 받아 태형을 폐지한다는 방침이 세워졌다. 대한제국 시기인 1905년에는 <형법대전>이 반포되었고 태형에 관한 사항이 규정되었다. 형법 제93조에서 형벌을 사형·유형·역형·금옥형·태형으로 나눈다고 정했으며, 제98조에서 태형은 작은 가시나무 회초리로 볼기를 때리는 것이라고 정의되었다.

태형은 대한제국까지 존속했으며 일제강점기에 들어 조선총독부는 조선에서 태형이 폐지되지 못한 것을 악용해 조선태형령이라는 제령을 만들어 태형을 조선인에게만 적용했다. 오직 조선인 전용의 형벌이어서 매우 큰 원성을 샀고 1920년 총독부가 문화통치를 실시하면서 태형령은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아직 태형을 비롯한 신체형을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대개 영국 식민통치의 잔재이거나 이슬람 국가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태형과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혼전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인도네시아에서 채찍질을 100대 맞은 여성이 현장에서 기절하기도 했다.

판사 출신의 작가 문유석이 디스토피아를 구원할 인물이 정의롭고 선한 캐릭터가 아닌 악을 무자비하게 처단하는 악마판사 강요한을 통해 ‘태형’이라는 형벌까지 등장 시켜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잘못을 한 사람이 태형을 받는 모습을 보며 통쾌함이 느껴지는가, 아니면 한편으로 씁쓸함이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 원하는 정의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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