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태국 최고 흥행작을 만든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한 기대작 영화 '랑종'. 이 영화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원안과 제작을 맡은 합작품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특히 나홍진 감독 특유의 불쾌함과 압박해오는 공포감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는다.

영화 '랑종' [쇼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8년 <추격자>로 장편 데뷔를 한 나홍진 감독은 영화 속에서 ‘불쾌감’을 잘 살리는 장점을 지녔다. 그는 <추격자>로 흥행성과 작품성 두 가지 모두를 인정받으며 데뷔작으로 충무로를 긴장하게 했다. 그로부터 약 2년 뒤 2010년 두 번째 장편 영화인 <황해>를 개봉했고, 2016년에 개봉한 <곡성> 역시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하며 제 69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 이 세 가지 영화의 공통점, 기막힌 연출력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관람하고 나면 묘한 불쾌함이 한동안 지속된다는 점이다. 

나홍진 감독 작품의 특징은 어둡고 눅눅하다. 그래서 빠져든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불쾌함을 긴장감으로 버무리며 극대화 하는데, 특히 소품 활용에 능한 연출력을 지녔다. 영화 추격자에서는 망치가 그랬고, 황해에서는 먹고 남은 동물의 뼈, 그리고 곡성에서는 해골 모양을 연상케 하는 금어초를 곳곳에 배치해 관객들의 상상력을 북돋았다. 또 나혼진 감독은 특유의 유머감각을 긴장감 중간 중간에 버무리며, 잠시 관객이 긴장을 풀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털 끗이 솟는 장면을 배치하며 관객의 심장의 쥐락펴락 한다. 특히 이번 영화 ‘랑종’과 비교되는 영화 ‘곡성’의 경우 유머와 복선, 어두운 미장센, 날카로운 연출, 끔찍한 장면 등이 비빔밥처럼 어우러지면서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몰두하게 했다.  

<strong>나홍진 감독 </strong>[쇼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br>
나홍진 감독 [쇼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나홍진 감독의 영화적 매력은 그의 완벽주의 성향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는 특히 한 컷 한 컷 장인정신을 발휘하며 빗는 것으로 유명하다. 너무 꼼꼼한 연출과 편집으로 인해 제작진과 배우들과 종종 마찰이 생기기도 하는데, 특히 실제로 영화 <추격자> 제작 당시 배우 김윤석과 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는 후문이 있다. 또한 영화 <곡성>의 배우 천우희는 나홍진 감독에 대해 “성격이 괴팍하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섬세한 성격을 가졌다”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랑종’. 나홍진 감독이 원안을 쓴 이 작품이 태국 감독에 의해 연출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역시 그의 완벽주의에 있다.

영화 '랑종' [쇼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랑종' [쇼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영화는 태국 동북부 이산 지역의 산골 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가족에게 벌어진 이야기를 다룬다. 한 농촌 마을에 외지인이 나타난 뒤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을 무속신앙, 좀비 등을 곁들여 풀어간 '곡성'과 유사한 점이 있다. 나홍진 감독은 "원안을 쓰고 났더니 무속신앙을 담는 장면들이 많은데 '곡성'과 얼마나 차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생겼다"며 "우리나라 어떤 지방 소도시 느낌들로는 이미지에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았고, 밖으로 나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습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울창한 숲, 포장되지 않은 도로가 떠올랐다"며 "5년 전에 봤던 반종 감독이 생각나 연락을 했고, 그렇게 태국에서 영화를 찍게 됐다"고 덧붙였다.

원안을 맞은 나홍진 감독이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곡성'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데에 중점을 두고 만든 영화 ‘랑종’. 그렇게 만들어진 '랑종'이 '곡성'과 도드라지게 다른 점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해 끌어들인 리얼리티(reality)라는 점이다. 이 영화가 과연 올여름을 장식한 최고의 공포 스릴러 영화가 될 수 있을지, 관객들의 실제 반응이 기대된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