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단법인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공모사업에서 강원도 삼척의 산멕이와 땅설법이 잇따라 선정됐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60년 이상 진행돼온 한국민속예술제(과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의 주관사로 전통예술의 뿌리와 가치를 발굴해 국민과 함께 공유하는 것을 설립목적으로 한 기관이다. 

지난 5월 <2021 한국민속예술제 풀뿌리 전통문화 전승 지원 연구자 공모> 사업에는 김형근 동아대 교수가 ‘삼척 산멕이-상두산 산멕이를 중심으로’를 제안해 최종 선정됐다. 한편 이 사업에서는 의령집돌금농악, 철산리 쇠머리디딜방아, 달성 다사농악, 농기고두마리 등이 선정됐다. 

‘산멕이’는 삼척 등 강원 산간에만 있는 독특한 문중신앙이다. 삼척, 강릉, 정선 등 여러 지역에 존재했지만 현재는 거의 전승 소멸돼 삼척의 두 마을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미로면 내미로리 쉰움산 산멕이는 1998년 제39회 대회에 강원도 대표로 출전해 장려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최근 알려진 신기면 안의리 상두산 산멕이의 경우 ‘붉은띠무당’들의 굿으로 진행되며 코로나 이전에도 50~60집(가정)이 모여서 의례를 드릴 정도로 현재까지도 전승력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번 지원을 통해 상두산 산멕이에 대한 체계적 정리와 함께 10월 중 시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또 다른 사업인 <2021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사업>은 그간 전승되지 않은 전통예술 중 영상 또는 기타의 자료들이 남아있어 복원 및 재현이 가능한 종목들을 연구 또는 시연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단법인 무형문화연구원(원장 함한희)이 제안한 ‘안정사 땅설법을 통한 한국의 속강 문화 복원 연구’가 동래 삼현육각 복원 연주, 연도여자상여소리, 남사당 버나놀이 완판 시연 등의 사업과 함께 최종 선정됐다. 

‘땅설법’은 불교의 속강(俗講) 또는 강창(講唱)의 일종으로, 불교의 교리를 민중의 눈높이에 맞춰 설법하는 것이다. 

안정사의 땅설법은 불교 인물의 일대기를 강(講)과 창(唱)으로 전달하면서, 때론 그림자극, 인형극, 가면극, 역할극 등 다양한 민속 연희들을 동원한다. 이를 통해 불자들의 교리학습과 아울러 일반인들 대상의 포교를 목적으로 한다. 

이 사업에는 민속연희를 전공한 윤동환 전북대 교수, 허용호 한예종 교수, 김형근 동아대 교수, 신희라 전북대 박사가 각각 전통공연 측면에서 땅설법의 가치를 규명할 예정이며, 이 결과를 통해 10월 삼척에서 학술대회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사업의 참여자 김형근 교수(현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는 “삼척의 상두산 산멕이와 안정사 땅설법은 강원도를 넘어서 한국을 대표하는 무형유산으로, 특정 신앙으로 치부해 그 가치를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이 두 무형유산이 강원도를 넘어 한국,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소중한 유산으로 알려지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국가 또는 시도 무형문화재 지정 및 외지 연구자들의 관심에 더해 지역민과 삼척시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삼척 안정사 다여 스님은 “우리 동네에서만 소박하게 하던 것들이 이토록 중요한 것인 줄 몰랐다. 점차 지역에 사람들도 없고, 고령화되면서 한해 한해 이어나가는 것이 힘들어 포기할까 생각도 했었다”며 “삼척 시민들도 잘 모르는 이 문화가 이번 기회를 통해 알려졌으면 하는 희망을 가진다. 앞으로 (땅설법 유일 전승자로써) 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전승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