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임수현 수습] 쇼핑의 빼놓을 수 없는 마력 중 하나는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설렘’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설렘 포인트를 십분 활용한 마케팅이 있다. 바로 ‘랜덤 박스’다. 소비자가 일정한 가격을 지불하면 업체가 알아서 박스에 물건을 구성해 소비자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운이 좋으면 지불한 가격보다 훨씬 비싼 금액의 상품구성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이유로 화장품을 비롯해 다양한 상품군의 업체에서 진행하는 랜덤박스를 구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랜덤박스를 이상하게 변질되는 사례가 있어 국제적 비난이 일고 있다. 바로 반려묘와 반려견을 이용한 랜덤박스 이벤트. 이른바 ‘펫 랜덤박스’인데 작고 어두운 상자 안에 강아지와 고양이를 가두고 긴 시간 물류창고에 대기시키거나 먼 거리까지 배송을 하고 있어 명백한 동물학대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일부 동물은 건강이 악화되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물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는 경우도 있어 비난이 거세다.

무작위 물품 대신 살아있는 반려동물을 무작위로 배송하는 형식의 펫 랜덤박스. 중국 당국의 동물 사육 및 거래 규제 강화에도 전자상거래업체를 통해 이 펫 랜덤박스가 우후죽순으로 확산되고 있어 동물 학대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현지시간으로 지난 6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중국 청두의 한 택배 물류창고에서 상자에 담긴 반려동물 160마리 이상이 발견됐다. 현장을 적발한 '청두 사랑의 집 동물구조센터'는 지난 3일 오후 중국 택배회사 중통택배의 물류창고에서 일반 특급 택배로 위장된 강아지와 고양이를 발견했다. 좁고 어두운 공간에 오랫동안 방치 되어서 이중 일부 강아지와 고양이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특히 봉사자들에 따르면 발견된 반려동물 중 4마리는 이미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중국 일부 쇼핑 사이트에서는 10위안 내외로 펫 랜덤박스를 구매할 수 있다. 우리 돈으로 2000원도 안 되는 꼴이다. 헐값에 제대로 된 공간과 음식과 물이 동물들에게 제공될 리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배송 중에 수많은 동물들이 건강을 잃거나 목숨마저 위협받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싼 값에 너도 나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 없이 펫 랜덤박스를 그저 재미로 구매하고 있어 유기견과 유기묘 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줄을 잇고 있다.   

실제로 중국 SNS 웨이보에 게시된 구조 당시 영상에 따르면 동물이 담긴 상자는 트럭 천장까지 쌓여 있었고 개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이날 구조된 강아지와 고양이들은 좁고 어두운 종이상자에 포장되어 선전과 광저우 등 중국 각지로 배달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하자 펫 랜덤박스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중국 내부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구매자, 판매자, 플랫폼, 배달업체 모두 유죄"라며 동물 배송 단속을 강화하라고 촉구하며 랜덤박스 보이콧도 진행 중이다. 

깜작 선물 상자의 변종 ‘펫 랜덤박스’. 쇼핑의 설렘 가득해야 할 랜덤박스가 중국 내에서 일부 업체들의 돈 욕심으로 인해 동물학대 박스로 변질되었다. 택배회사와 전자상거래업체는 자체 규정을 강화해야 하며, 구매자와 판매자도 역시도 생명존중 의식을 확고히 함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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