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블랙스완, 펭귄 효과, 방 안의 코끼리 등 경제 관련 용어 중 동물을 비유한 용어들이 많다. 지난해 11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제이홉이 쓰고 부른 가사 중에 ‘회색 코뿔소’가 등장했으며 경제학 도서 '회색 코뿔소'의 저자 미셸 부커가 방탄소년단에 감사 인사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가 나와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도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한다. 이 용어는 지난 2013년 1월 세계정책연구소 대표이사인 미셸 부커가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발표한 개념이다.

이후 이 개념은 2016년 ‘회색 코뿔소: 우리가 무시하는 명백한 위험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해야 하는가(The Gray Rhino: How to Recognize and Act on the Obvious Dangers We Ignore)’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의사 결정자들이 위기 앞에서 결단을 내리기보다 미적거리며 회색 코뿔소를 방치하는 이유로 미흡한 시스템, 자원 부족, 리더십 부족,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어려움, 책임성 결여 등 다양한 원인을 제시했다.

코뿔소는 몸집이 크기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잘 띄며 진동만으로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지만 코뿔소가 달려오면 두려움 때문에 피하지 못하거나 대처 방법을 알지 못해 일부러 무시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이런 면에서 예측과 대비가 어려운 사태를 의미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과는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중국 경제를 두고 회색 코뿔소에 비유를 많이 한다. 기업부채와 부동산거품, 그리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빠지면서 점점 위험해지고 있음을 인식하면서 어찌하지 못하고 간과하거나 반대로 긍정적인 전망을 하는 등 위험을 무시하고 있다. 이에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중국 경제의 성장률보다는 부채 급증으로 인한 신용 위기라는 '회색 코뿔소'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중국의 금융 당국 수장인 궈수칭 은행보험관리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위) 주석도 "현재 중국의 부동산 관련 대출이 은행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39%에 달하는 등 적지 않은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면서 "현 단계에서 부동산은 가장 큰 회색 코뿔소"라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앨범에도 등장한 회색 코뿔소. 앨범 ‘BE(Deluxe Edition)’에 수록된 '블루 앤 그레이(Blue & Grey)'에서 내면의 우울함과 불안감을 파란색(Blue), 회색(Grey)으로 표현했다. 방탄의 멤버 제이홉은 “늘 걷는 길과 늘 받는 빛/ But 오늘은 왠지 낯선 scene/ 무뎌진 걸까 무너진 걸까/ 근데 무겁긴 하다/ 이 쇳덩인 다가오는 회색 코뿔소/ 초점 없이 난 덩그러니 서있어/ 나답지 않아 이 순간/ 그냥 무섭지가 않아”라는 가사를 쓰고 불렀다.

이에 미셸 부커는 제이홉 파트에 대해 아름다운 가사, 영향력 있는 노래라고 언급하며 최근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른 개인적인 ‘회색 코뿔소’와 매우 일치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CEO들이 주목하는 키워드 ‘회색 코뿔소’. 거대한 위기를 외면하지 말고 다가오는 위기를 인지해야 어떻게 대응할지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