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지난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남측 공무원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인 A씨는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실종 신고 접수 하루 뒤인 22일 오후 3시 30분께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최초로 발견됐다.

그리고 북측 선원이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A씨로부터 월북 진술을 들은 정황을 군이 포착했다. 이로부터 6시간 정도 지난 오후 9시 40분께 북한군이 단속정을 타고 와 A씨에게 총격을 가했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이번 공무원 월북 사건은 여러 정황 상 A씨가 월북을 시도했다고 발표된 일이다.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A씨는 금융기관은 물론 직장 동료들로부터도 돈을 빌린 후 갚지 못하는 등 금전적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법원으로부터 급여 가압류 통보를 받고 이혼 숙려기간을 겪는 등 심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은 A씨가 실종된 지 사흘이 지난 이달 24일부터 이 두 선박에 대한 조사를 벌여 CCTV 저장장치, 전자해도 등 항해장비와 공용 컴퓨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벌이는 등 A씨의 실종 전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한편 북한군의 총격 직전 해군 계통의 상부 지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총격 후 오후 10시 11분께 북측 해상에서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웠으며, 이런 정황은 연평도 감시장비에서 관측된 북측 해상의 불빛으로도 확인됐다.

그런데 군은 이처럼 A씨가 북측 해역에서 북측 선박에 발견된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이후 피격까지 약 5∼6시간 동안 북측에 남측 인원임을 알리는 등의 조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우리군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A씨의 가족은 A씨가 자진 월북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A씨 친형 이래진씨(55)는 27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두시간 정도 지나면 동생의 실종 만 일주일째 입니다”라며 “바로 아래서 수색 중일 때 그때만이라도 군이 정상적인 시스템을 작동만 했어도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군은 월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며 스스로 일급기밀인 보안자료를 공개하려 한다며 “당당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으로 제발 돌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군 관계자는 사건이 북한 측 해역에서 발생했고, 처음에 위치를 몰랐다며 북한이 설마 그런 만행을 저지를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어 청와대는 서해상에서 실종 공무원의 피살사건과 관련해 북측에 추가조사를 요구하기로 했다.

아직 북한이 이번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어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강경 대응 차원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민간인을 사살하고 시신까지 불태운 잔혹한 행위를 통해 인권이 경시된 북한 체제가 다시 한 번 세상에 드러나면서 쏟아지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