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그 어떤 나라든 중국을 공격하면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방식의 중국 외교 전략이, 마찬가지 형태의 미국과 충돌하면서 미중 무역전쟁 양상을 촉발했다. 양 대국의 좀처럼 지칠 줄 모르는 대립에 세계 경제와 정세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

그런데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의 화상 연설을 통해 "국가 간에 차이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등 미중 갈등을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뜻을 부드럽게(?) 밝히면서 중국의 ‘전랑외교’가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 듯 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전랑외교는 중국의 강대강, 과시형 외교전략을 말한다. 전랑(戰狼)은 ‘늑대전사’를 의미하는 말로 외교 방식에 녹아든 ‘힘’ ‘과시’ 등을 잘 나타낸다. 과거 중국은 규모와 인구면에서는 큰 나라였지만 ‘정치’ ‘경제’ ‘군사’ 등 요소에 있어서는 강대국 반열에 오르기에 부족한 면이 많았다. 하지만 급속한 발전을 이룩한 중국이 미국과 대적할 만한 수준에 오르면서 그간 국제사회 속에서 안개처럼 깔린 ‘무시’를 거둬 내기 위해, 성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힘과 보복을 지향하는 외교 방식인 ‘전랑외교’를 내세워 왔다.

‘전랑’은 중국 내에서 용감무쌍하게 위기를 타파하고 승리를 거머쥔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이는 여러 문화 속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대표적으로 중국 인민해방군 특수부대의 활약상을 그린 일종의 애국주의 영화로 평가되는 <특수부대 전랑>이 개봉되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 영화는 중국 인민무장경찰부대 출신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2015년에 개봉한 1편은 미국 출신의 악당들을 물리치는 내용을 담고 있고, 2017년 나온 2편은 내전 중인 아프리카에서 미국 용병들과 싸우면서 학살 위기에 처한 중국인과 현지 난민을 구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영화 포스터에 새겨진 '중국을 범하는 자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반드시 멸한다(犯我中華者 虽遠必誅)'는 문구가 이목을 모은 바 있다.

중국의 전랑외교는 '중국몽'을 내건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이후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의 우한 지역에서 ‘코로나 19’ 사태가 발발하는 등 국제적 비난에 직면한 이후 중국의 전랑외교는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남중국해 분쟁과 홍콩보안법 직접 재정 등이 대표적이 예로 여기에 반기를 들거나 갈등을 빚는 국가에 대해 ‘늑대’와 같은 모습의 외교 정책을 펴왔다.

이러한 중국 전랑외교의 대상은 주로 명실상부한 강대국 ‘미국’을 향해 있었다. 이에 미국과 중국은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왔다. 그 대표적 영향이 바로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과거 보수적·수동적·저자세 외교를 추구하던 중국이 코로나19 사태 뒤로 국제사회를 향해 주도적이고 고자세 외교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전랑외교가 코로나19 이후 홍콩보안법 문제 등에 있어 선을 넘어서자, 국제사회의 외면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호주, 인도, 캐나다 등은 등을 돌린 상태로 지금의 전랑외교가 계속 된다면 아무리 강대국인 중국이라 할지라고 고립은 피할 수 없어 보였다. 상황이 이러하자 중국 외교당국은 전랑외교의 온도를 낮추고 우군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러시아 등 상하이협력기구(SCO) 외교장관들에게 우호를 요청하기도 했고, 지난 22일(현지시간)에 있었던 시진핑 주석의 ‘미중무역 전쟁 대화로 풀자’ 뉘앙스의 발언 역시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전히 홍콩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강력 경고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 누구든 중국을 공격하면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중국의 ‘전랑(戰狼)’ 외교는 현재 전략적인 휴식기일지, 중국의 국제사회와의 본격 화합 모드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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