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농사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농약 및 살충제 중독이다. 최근 검역용 훈증제인 ‘메틸브로마이드(MeBr)’가 훈증 작업자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중추신경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메틸브로마이드 분자식 CH3Br, 분자량 94, 기화점 4℃, 증기압 1.8기압으로 상온에서 기화되어 식물체내에 쉽게 침투하는 무색무취의 독성 가스다. 메틸브로마이드로 만든 훈증제는 침투성과 다양한 해충에 소독효과가 우수하여 검역용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제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 이후부터 사용되어 왔는데, 몬트리올 의정서에 오존층 파괴물질로 지정되어 규제되는 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메틸브로마이드는 고독성농약으로 작업자 개개인의 중독사례가 일부 보고되기는 하였으나, 중독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 뇌에 대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 중독된 사실이 확인될 뿐, 중독증상을 나타나지 않는 작업군에 대한 노출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 보고된 사례가 없어 사실상 피해를 간과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검역용 훈증제인 메틸브로마이드를 취급하는 훈증 작업자가 중독증상이 보이지 않더라도 중추신경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다. 검역본부는 2018~2019년 동안 메틸브로마이드 훈증작업 전후 작업자의 소변 내 브로마이드 이온(Br) 농도와 뇌신경망 고유리듬 측정 방법으로 무증상 작업자에 대한 건강상태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메틸브로마이드 작업자의 훈증작업 후 소변 내 브로마이드 평균 농도가 작업 전보다 2.5배(7.39→18.31 ㎍/㎎ CRE) 증가하였으며, 이는 중추신경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뇌파의 중간 주파수(MDF)가 느려질 뿐만 아니라 알파-세타 비(ATR)도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파의 중간주파수 및 알파-세타 비는 뇌신경망의 고유리듬을 보여주는 노화와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로 수치 감소 시 기능저하를 의미한다.

다만, 현재 메틸브로마이드의 사용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간 검역본부에서는 메틸브로마이드 사용 규제에 대응하여 대체 소독기술개발을 추진했다. 그래서 훈증 작업자의 중독 위험성이 낮은 친환경 훈증제인 에틸포메이트(Ethyl Formate)와 포스핀(Phosphine)을 이용한 묘목류, 과실류, 채소류 등에 대한 상용화 소독처리기술이 개발되어 소독현장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간혹 오래전에 사둔 메틸브로마이드를 여전히 사용하는 경우 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메틸브로마이드 성분의 신체 위해성을 알린 것 이외에, 연구 방식에 있어서도 의의를 지닌다. 연구는 농림축산검역본부와 뇌신경망 고유리듬 분석에 관한 전문기관인 인체항노화표준연구원, 인체의 소변 내 브로마이드 농도 분석에 기술력이 우수한 동아대학교 예방의학교실과 공동으로 수행하였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뇌신경망 고유리듬 분석법이 훈증제 뿐만 아니라 일반 농약에 노출되는 무증상 작업자에 대한 평가방법으로 활용될 경우, 농약사용 작업자의 건강상태를 초기에 파악하여 관리할 수 있어 농약중독 예방 및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국외 유명 과학저널인 ‘PLOS ONE’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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