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지난 해 근로 효율성을 나타내는 한 지표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 화제다. 근로손실일수가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것.

근로손실일수란, 기업에서 발생한 파업에 따른 손실을 보여주는 지표를 말한다. 근로손실일수는 파업으로 1일 8시간 이상 조업 중단을 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지표로, 파업 참가자 수에 파업 시간을 곱하고 이를 1일 근로시간(8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파업 참가자가 많고 파업 기간이 길수록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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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2019년 근로손실일수는 40만2천일로, 2018년 대비 27.2% 감소했다"며 "최근 20년 동안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근로손실일수는 2017년 86만2천일, 2018년 55만2천일, 2019년 40만2천일로, 계속 감소한 점이 눈에 띤다.

고용노동부의 발표와 같은 근로손실일수의 감소는 그만큼 노사관계가 안정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임 차관은 "장기간 파업은 노사 모두에게 불리하다는 노사의 인식 변화, 어려운 경제 여건과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한 노사간 합의 관행 확산, 당사자간 원활한 교섭을 위한 정부의 조정·지원 제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근로손실일수 감소에 기여한 요인으로 현대차 노사의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꼽힌다. 현대차 노사는 작년 9월 8년 만에 파업 없이 임단협을 타결했는데, 약 5만명 규모인 현대차 노조의 파업 여부는 근로손실일수 증감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또 지난 해 7월에는 부산지하철 노사가 파업 이틀 만에 임단협을 타결했고 5월에는 전국 버스 노사가 막판 협상 타결로 파업 사태를 피했다. 전국우정노조도 파업 준비 절차에 돌입했으나 막판에 철회했다.

아울러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와 같은 대외적인 위기도 근로손실일수 감소의 원인이 된 것으로 노동부는 보고 있다. 위기 속에 노사가 대결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해 근로손실일수는 줄었지만, 파업 건수는 141건으로, 전년(134건)보다 5.2% 증가했다. 파업 건수는 2005년(287건)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파업이 발생한 사업장 141곳 가운데 1천인 이상 사업장은 46곳으로, 전년(26곳)보다 76.9% 증가했다.

이처럼 파업은 증가했지만 근로손실일수가 감소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1천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파업 일수는 지난해 9.9일로, 전년(16.8일)보다 41.4% 감소했다. 큰 사업장의 파업이 늘었음에도 대체로 짧은 기간에 끝나 전체 근로손실일수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근로손실일수가 감소 추세이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다. 노사관계가 안정화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른 '임금 노동자 1천명당 근로손실일수'의 2007∼2017년 평균치를 보면 한국은 42.33일로, 일본(0.25일), 미국(6.04일), 네덜란드(8.37일), 영국(23.36일)보다 훨씬 많았다. 한국과 비슷한 국가는 핀란드(37.11일), 이탈리아(48.50일), 스페인(56.59일) 등이었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근로손실일수는 반길만하다. 하지만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사 분규가 계속되고 있고 관련 시위·집회도 증가하는 현실에서 통계상 근로손실일수와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국민 체감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정부는 노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노사관계 안정화를 위한 지원을 계속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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