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비싸면 안사면 되지” 물가가 오르는 것을 한탄하고 있으면 종종 주변에서 하는 말이다. 맞다.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권리가 있기 때문에 비싸다고 생각하면 안사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재화의 경우, 상승하는 비용이 불합리하다고 생각되어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입이 필수인 ‘자동차 보험’이 아닐까.

올해에 이어 내년도 자동차 보험이 또 오를 것으로 보여 주머니 사정은 그대로인 많은 근로자, 자영업자들의 한 숨이 깊어지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이 내년 초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를 올리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

지난 28일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를 인상하기 위해 최근 보험개발원에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다.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보험사가 보험료를 올리기 전 보험개발원을 통해 인상 수준의 적정성을 검증받기 때문에, 업계에서 검증 의뢰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곧 인상을 의미한다. KB와 현대에 이어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해보험사도 조만간 검증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픽사베이]
“가입 안할 수도 없고” 또 오르는 ‘자동차 보험’ [사진/픽사베이]

보험료율 검증 의뢰 후 보험개발원은 사고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인상 요인을 분석해 보험료율 검증 결과를 2주 이내에 전달한다. 이어 보험사는 2∼3주 내부 준비 절차를 거쳐 인상된 요율을 전산에 반영하므로 인상된 보험료는 내년 초 책임개시일이 시작되는 자동차보험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상 요인은 무엇일까?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사상 최고 수준을 보여 보험료가 현재보다 8∼10%가량 인상될 요인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한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4개 보험사의 손해율이 지난 10월 말 누적 기준으로 90% 안팎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 보면 적정 손해율이 80% 정도이므로 대형 손보사도 자동차보험에서 적자를 기록 중인 셈이다. 이는 연초 자동차 정비공임 상승을 비롯한 인상 요인을 보험료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영향이 누적된 결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추나요법이 올 4월 건강보험의 급여 항목이 되면서 한방 진료비 지급이 급증하고 있다고 업계는 호소한다. 실제 한 대형사 내부 자료에 따르면 올 1∼9월 한방 평균진료비가 1인당 95만원으로 양방(35만원)의 2.7배 수준에 달했다. 이외에 최저임금이 최근 2년간 크게 오른데 이어 대법원에서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함에 따라,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주는 상실수익액과 휴업손해비 등도 늘었다는 것이 업계가 말하는 인상 요인이다.

올 1월 삼성화재(3.0%), DB손보(3.5%), 현대해상(3.9%), KB손보(3.5%) 등이 개인용 자동차보험 기준으로 보험료를 3∼4%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인상 요인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보고 있다. 육체노동자 가동연한 상향 대법원판결을 약관에 반영하면서 6월에도 보험료를 1%가량 재차 올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업계 입장인 것.

하지만 올해도 인상된 바 있기에 소비자는 다소 의아한 반응이다. 올해만 보험료가 5%가량 오른 데 이어 내년에 재차 그 정도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돼 고객 입장에서는 보험료 인상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의무보험이므로 보험료가 높다고 가입을 안 할 수가 없는 자동차보험. 연이은 인상에 소비자는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반대로 정비수가 인상, 한방 치료비 증가, 자동차 수리비 증가 등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업계. 양측을 다 웃게 할 묘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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