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세간의 이목을 모으며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보였던 거대 자동차업체 간 합병 추진이 결국 무산됐다. 이탈리아/미국계 자동차업체 피아트 크라이슬러(FCA)가 프랑스 르노자동차에 제안했던 합병 제안을 철회했기 때문.

지난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통신은 현지시간 5일 FCA가 르노와의 합병 추진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FCA는 지난달 27일 르노에 각각 50%의 지분을 소유하는 합병을 제안했다. 350억달러(약 41조2천300억원) 규모의 합병이 성사됐다면 독일 폴크스바겐, 일본 도요타에 이어 연간 생산 대수 870만 대 규모의 세계 3위 자동차 회사가 탄생하는 것이어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거대 관심 모은 ‘피아트-르노’ 합병 무산 [연합뉴스 제공]
거대 관심 모은 ‘피아트-르노’ 합병 무산 [연합뉴스 제공]

이처럼 거대 이슈가 한 번에 물거품이 되어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르노 이사회가 최근까지 FCA의 합병 제안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질질 끄는 모습을 보이자 피아트가 제안을 거둬들인 것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BFM 방송에 나와 "시간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자"며 서둘러 합병에 뛰어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프랑스의 정치적인 환경 탓에 양 기업의 합병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르노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르노 이사회 관계자는 "(르노의 주식을 보유한) 프랑스 정부가 합병과 관련해 연기를 요청해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FCA도 성명을 내 "프랑스의 정치적 상황이 성공적으로 합병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자적인 전략 실행을 바탕으로 책무를 이행할 것"이라며 합병 제안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앞서 르노의 주식 15%를 소유한 프랑스 정부는 애초 합병 추진을 지지한 바 있다. 구매 비용 절감, 자율주행차와 전기자동차 개발 비용 분담 등 합병이 가져다줄 이익을 생각해서였다. 그렇지만 르노 노조는 일자리 감소를 우려, 이번 합병이 르노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피아트만 구제할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내 일자리와 생산시설 유지, FCA와 르노의 균형잡힌 지배구조 등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주도하기 위해 합병법인의 이사회 내에서 프랑스 입장이 충분히 대변돼야 하며, 합병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틀 안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4개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이렇게 계속 합병이 늦어지고 결국 FCA가 철회를 공식 발표하자, 르메르 장관은 프랑스 정부는 이번 합병을 건설적으로 검토했지만 닛산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며 화살을 닛산 쪽으로 돌렸다. 그는 "(프랑스 정부가 내건) 4개 요구조건 중 3개는 합의에 도달했지만 닛산의 분명한 지지가 달성되지 못한 채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르메르 장관은 르노가 여전히 자동차 산업에서 좋은 위치에 있으며, 전기차 개발, 배출가스 감소 등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물거품이 된 FCA와 르노의 합병. 이 물거품이 다시 형상을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모양으로 형체를 드러낼 것인가. 전세계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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